이미 지리한 장마철로 접어든 제주지역이지만 때때로 내리쬐는 강렬한 뙤약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어깨띠를 두르고 1인 시위, 서명 운동을 펼치는 이가 있어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1인 시위, 서명 운동에 나선 이는 제주생명평화운동연대 현달형 대표.
‘미얀마 군부 독재 쿠테타 강력히 규탄한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즉각 철회하라!’ 어깨에 두른 어깨띠 문구가 상황을 그대로 전해준다. 현달형 대표는 쿠테타를 일으킨 군부에 의해 민중 학살이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 사태와 자연생태환경 파괴는 물론 인류의 인권과 건강권, 나아가 자연환경향유권마저 아랑곳 않고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바다 방류’라는 파렴치한 결정을 내린 일본 정부에 대해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고 말한다.
자신은 일개 힘없는 일반 국민, 시민의 신분에 불과하지만 도저히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1인 시위와 서명 운동에 나서게 됐다는 현달형 대표는 지난 7월 1일, 도내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 맞춰 많은 도민과 피서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전통재래시장, 올레길 등 명소는 물론 도내 핵심 포구 등지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선전전을 펼치고 서명운동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현장에서 현달형 대표를 만났다.
Q. 이렇게 1인 시위, 서명 운동에 나선 게 3월부터인가요? 벌써 몇 개월 지나고 있는데 7월, 8월은 공간을 옮겨서 진행하신다면서요?
A. 네. 그동안 제주시내 신산공원, 시청 어울림마당 일원이라든지 주제주일본총영사관 앞 등 신제주 노형로터리 일대에서 1인 시위와 서명 운동을 해오고 있습니다만, 피서철로 접어들면서 장소를 옮겨 진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는 미얀마 군부에 의한 민중 학살 사태 중단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바다 방류라는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한 결정을 철회시켜야 하는 당위성에 대해 더 많은 국민들이 알고 더 많이 함께해주셔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기도 해서 홍보 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펼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7월, 8월에 도민들과 피서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해수욕장들과 올레 코스 출발·도착 지점, 전통재래시장 등에서 어깨띠를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서려고 합니다.
Q. 7월 1일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셨다는데 조천 만세 동산과 행원 포구를 특별히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A. 그렇습니다. 저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 철회 운동을 또다른 항일·극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조천 만세동산, 곧 미밋동산이 바로 우리 선조들의 숭고한 구국의 항일 정신이 깃든 장소가 아닙니까? 새로운 마음, 더욱 굳센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만세동산 ‘3·1 독립운동 기념탑’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시작했습니다. 항일, 구국의 대열에 앞장서셨던 선조들께도 힘을 주십사 간절히 기도드렸고요.
그리고 구좌읍 행원리는 아름다운 풍차 마을로 유명하지만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계의 종착점으로서 자연생태환경의 보물 마을이기도 합니다. 아직 흔적이 남아있지만 왜적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했던 환해장성이라든지 무형문화재 영감놀이와 제주큰굿의 본향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임금으로서는 유일하게 제주에 유배왔던 광해군이 처음 발을 디딘 곳 역시 행원 포구입니다. 포구에 그 표지석도 세워져 있거든요. 자연과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공간으로서 행원리의 가치를 느낄 수 있어서 행원 포구 ‘광해군 임금의 유배, 첫 기착지’ 표지석 옆에서 어깨띠를 하고 현수막을 펼쳐 놓고 ‘파이팅!’을 다시 외쳤습니다.
Q, 현장 이동 본격 서명 운동은 월정리에서 시작하셨다는데 어떻습니까.
A. 오래전부터 언론 보도 때마다 ‘핫한 월정리’라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긴가민가했는데 현장을 보고서야 ‘햐!’하는 감탄사가 절로 났습니다. 젊었을 때 스치듯이 걸었던 과거의 월정리가 아니구나, 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으니까요. 상전벽해격으로 변한 월정리의 현재를 확인하면서 제주도가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제주의 자연생태환경만큼은, 그 가치만큼은 잘 지켜서 후손들에게 넘겨야 한다는 사명감을 다시 일깨우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벌, 나비가 무시로 날아다닐 수 있는 환경을 지닌 제주의 자연’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믿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펼치는 이러한 운동이 너무 보잘것 없는 것, 아주 작고 하찮은 일로 여겨지실지 모르겠으나 제 나름대로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네요.(웃음)
월정리에 거주하는 후배에게 들으니 제주시 구좌읍 월정 해안에는 여름 피서철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고 합니다. 해수욕장에 도로가 바로 연이어 있어서 1인 시위와 서명 운동을 하기에는 참으로 안성맞춤인 공간이었죠. 많은 분들이 관심을 표해 주시고 서명에도 동참해주셨는데 참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Q. 앞으로 이동 경로를 어떻게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장마철에 접어들어서 기상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주일에 2∼3회 정도는 주기적으로 활동할 예정인데요. 월정에서 출발하면 우선 서쪽 방향으로 움직여 나갈 생각입니다. 김녕해수욕장, 함덕해수욕장, 삼양해수욕장과 포구들 순으로요.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날에는 비가림 시설이 되어 있는 재래시장이나 시내 상가 등을 택해서 활동지를 이동할 계획이고요.
제주시 서부지역 역시 이호, 한담 해안, 곽지, 금능·협재해수욕장, 고산 수월봉·차귀도 해안 등지, 핵심 포구에서도 1인 시위와 서명 운동을 이어가려 합니다.
Q. 미얀마 군부의 민중 학살 저지·민주화 회복 문제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 철회 문제는 그 해결점이 녹록치 않으리라 여겨지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보시나요?
A. 미얀마의 민주화는 반드시 달성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미얀마의 민주화 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물심양면의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긴 합니다만,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을 보더라도 정당성 없는 권력은 미구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게 명확관화한 사실 아닙니까? 그래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 세력에 힘을 보태는 일이 더없이 소중하고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힘없는 저 역시 발품을 팔아서라도 민주화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보탠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나선 것이고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바다 방류 결정 역시 철회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 일본 정부가 보여온 행태를 볼 때 결정한대로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바다 방류는 일본 국민들에게마저 환영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 의견을 수집하는 ‘퍼블릭 코멘트’에서 약 70%의 국민이 오염수 바다 방류에 반대했다고 알리는 방송 뉴스를 보면서 일본 국민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마음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후쿠시마 지역 수산업계는 머리띠를 두르면서까지 반대시위에 나선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그냥 흘려보내겠다는 것이야말로 이 지구촌에 재앙이며 다음 세대에도 부담을 전가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시각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데요. 일본 정부가 이유로 내거는 비용 문제 때문이라면 비용이 덜들고 더 안전한 과학적 처리 방법을 더 연구하고 검토해서 바다 방류만은 기필코 막아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8월 말까지 피서지와 포구, 올레길, 재래시장 곳곳에서 서명 운동 현장을 보시는 분들께서는 마음을 모아주시고 격려와 응원도 해주시면서 꼭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감사합니다.
현달형 대표는 지난 3월 31일, 제주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신산공원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운동 지지를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서명 운동에 돌입한 이후 4월 13일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바다 방류' 결정을 발표하자 이에 대한 규탄과 결정 철회 요구까지 더해 신산공원을 비롯해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인근, 노형로터리 일원에서 1인 시위와 서명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제주생명평화운동연대 현달형 대표는 현재 국제당수도연맹아시아연합회 부총재, 대한생활체육연맹 부총재, 도전한국인본부 부총재 겸 제주도총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