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산억수 십 대 후반능력은커녕 멍청하고 가난한알퐁스도데 별 뜬 걸 보고나 오솔길 찾아 산을 헤매다할아비 된 지금도오늘하여사 서귀포를 둘러본다 감상평 히말라야에는 물소 암컷과 수컷 야크를 이종 교배시킨 좁교라는 가축이 있다한다안나푸르나 아랫마을에서 짐을 나르는 좁교소량의 먹이를 먹고 평생을 좁고 위험한 비탈길에서 일만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동물나는 시의 짐을 나르는 좁교이다아무리 몸부림치며 반항을 해도 등에 있는 짐을 떨어뜨리지 않는 운명그 짐 중에서도 가장 무거운건 그리움이다그리움은 해가 갈수록 대상들이 더해지면서 그 무게가

엉또 ⃰ 송인영 모름지기 남자는 헤프게 울지 않는 법일평생 그 말씀을 유언으로 삼았을까?아버진 가문 날 벼랑처럼그리 살다 가셨다 울고 싶은 이 세상 끝까지 부둥켜안고절대로 울지 않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남몰래 밤하늘 바라보며외려 별을 위로하며 산다는 건 슬픔도 가슴에 음각하는 일아버지가 남겨놓은 아버지의 고집같이함부로 눈물 보일 수 없어나는 울음을 삼킨다 ⭑ 엉또 폭포 ---------------------------------------------------------------------- 아주 큰 비가 내린 후에 천둥 치는 소리

도깨비바늘 조영자 네 생각 떨쳐내고 겨우 맞은 가을밤어쩌자고 귀뚜리가 기어이 또 달을 울려내 안에무수한 바늘붙는다, 너에게로만 ----------------------------------------------- ‘찔리면 상처가 되는 줄 알면서도…’바라건대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그만큼만당신도 나를!!!(시인 송인영)

성산 일출봉 이정환솟아오르려거든 저만큼은 솟아오를지니, 너는다듬어지려거든 저만큼은 다듬어질지니, 너는덜 것도 보탤 것도 없는 저기 저 바다 끝자락...... ----------------------------------------------------------------------- 그렇게 흘러가는 바다 위수평선 위로 보이는광치기해변 언저리 터진목에 서 있다.이쯤이면 덜 것도 보탤 것도 없으니일출봉 그것으로 참 족하다.나는^^ 이미순(시조시인)

귤 그리고 밤 김영숙 직진형 너의 향기가솜털마다 꽂히는 밤 너 있어 내가 살아볼 비비며 고백했죠 썸 타던 만 개의 느낌표천둥처럼 터지는 밤 내가 결혼하던 그해 겨울은 따뜻했다. 창고에는 귤을 가득 담은 콘테나가 층층이 쌓여 있었고 그걸 바라보는 아버지 얼굴에도 겨울 볕이 쏟아졌다. 나를 보러 오종종한 귤들이 왔다며 웃으시던 아버지. 몇 해 전부터 귤밭에 아버지가 없다. 뿌드득뿌드득, 관절 끊어지는 소리에도 번쩍 콘테나를 들어 올리시던 힘 넘치던 아버지가 밭에 없다. “너 있어 내가 살아…” 그 말도 잊어버렸는지 귤도 나도 몰라본다.

풀잎소리 서러운 날 한기팔 이쯤에서 돌아서 잔다.풀잎소리 서러운 날잠시 머뭇거리며 서 있는이 골목그가 사는 집 근처까지와서 보면가을 햇볕은 저렇다.가을 하늘은 저렇다. 〈시평〉그 사람이 산 자리는 오래 그곳이다그가 사는 집 근처 먼 발치서나 서성이고 잠시 머뭇하다 돌아선다머뭇하는 모습조차 그에게는 부담일까 두려워 짐짓 아닌 척 돌아서 온다그 골목에 햇볕이, 하늘이 저렇게, 저렇듯 애가 탔으리라그런 날은 보목리 안섶에 핀 풀잎도 서러웠으리라어디 풀잎만 서러웠으랴휘적이며 돌아왔던 살이 마르는 많은 시간들해조음 소리에 철벅철벅 서러웠으리

세천포구 이미순 위미리 동백숲은 간세 간세 간세다리큰엉과 쇠소깍 사이 양푼 하나 달랑 들고올레길 5코스 따라동박새 재잘댄다 여름날 물때 맞춰 상군해녀 똥군해녀파도와 파도 사이 숨비소리 넘실댄다우리집 돈줄만 같은 어머니 테왁망사리 쉰다리 한 사발로 점심 한 끼 때우고식구들 둘러앉아 성게 까는 세천포구조카딸 잔치 소식도숟가락에 묻어난다 .............................................................................................................. 제주

한라산 최영효 어디서 눈을 들어도 구름 속 거기 서 있다오름이 오름을 받쳐 하늘 하나 보듬고 산다딱 한 번 말을 뱉고는 입을 다문 저 사내아버지 돌팔매 맞고 가신 지 하마 내 나이휴화산 이름 하나로 참고 또 기다린다만모슬포 돌개바람에 실눈 뜨는 4‧3적 동백구름의 높이에서 먼 북쪽 멧부리를 보라살아온 시간의 멍에 누군들 기적 아니랴가슴 속 불을 내리면 아플 일 하나도 없다 ------------------------------------------------------------------------------------------

박수기정 관점 김양희 ​마그마 더운 피가 파도에 굳어버렸다한라산 울분이 송두리째 엉겨 붙었다난드르 그 갯바위에 무릎을 구부린다 날 세운 갯바위가 흰 무릎을 찢을 때울분도 더운 피도 바람에 모두 불리고게으른 사내의 평화 드러났다 잠겼다 ---------------------------------------------------------------- 제주도의 용암 지형 박수기정 갯바위엔 물이 흐른다‘날 세운 갯바위가 흰 무릎을 찢을 때’‘게으른 사내의 평화 드러났다 잠겼다’하는건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나의 복잡한 내면을 비추는 듯

한라산 2 김순이 너에게로 갈 때는맨발로 간다 가슴 속에 가득 찬 것버리고 간다 세상의 번거로움벗어놓고 간다 돌아오지 못할 길가듯이 간다 그리운 님만나러 가듯 간다 산(山)이 저기에 있으니세상 근심 다 발치에 두고 햇발 뻗쳐 투명한 얼굴로그에게로 가고 싶다.그리운 임 만나러 가듯,가붓한 발걸음으로운한(雲漢)을 끌어당기며.

힘 윤성조 마라도 유람선이스쳐 지나가는 가파도언덕배기에서양손 흔드는 아이 좌현쪽 사람들 모두손 흔들게 하는 詩評 가오리를 닮아 가파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언덕빼기 아이는 가오리의 어디쯤을 밟고 섰나어깨쯤이거나 머리 어디 쯤가오리 한 마리가 펄럭펄럭 손을 흔든다'힘' 이라는 제목의 대문을 밀면그 안에 바다가 있고 아이가 있고 사람들이 있고 .... 무언가 있고, 있고, 있다시의 제목이 어떻게 시 안에서 존재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가령 그렇다시인이 '힘'내어서 밀어준 대문 안에 발을 들여놓고 나도 손을 흔든다푸른 바다가 철

마라도 양중해 물결 소리만갈매기 우는 소리만 강남 가는 철새가마지막으로 죽지를 쉬고 가는 남쪽 하늘 다한조국 땅의 끝 밀물이 밀려 오면 썰물이 가고썰물이 내려 가면 밀물이 오는 것을 오면 가지 말아가면 오지 말아 그 이름 그 전설이너무 고와 슬픈 섬 낮에는 흰 구름아득한 돛배 잠못 이루는 밤은등댓불 밝혀 놓고 어디개 짖는 소리도 없이 물결 소리만갈매기 우는 소리만 ----------------------------------------------------------------------- 마라도...참으로 정겨운 이름이다."갚아도

내 사랑 위미리 고명호이 흙을 떠나 살 수 없을 거라는 한 농부가물집 생긴 손가락 펴보는 아침언덕에 붙어있는 집들을 바라보다가시선이 머문 그 곳시인이 살고 화가가 사는물집 같은 저 집허기를 물로 채울 때도자존만큼은 버리지 않고 살았노라고햇살이 와서속눈썹 적시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위미리 저 납작한 물집이어느 집보다 높아 보였다 ⚋⚋⚋⚋⚋⚋⚋⚋⚋⚋⚋⚋⚋⚋⚋⚋⚋⚋⚋⚋⚋⚋⚋⚋⚋⚋⚋⚋⚋⚋⚋⚋⚋⚋⚋⚋⚋ 계절 따라 동백꽃이 피고 지고 고추잠자리가 군무를 이루며 떼 지어 나는 곳, 테왁을 둘러멘 해녀들의 호오이 숨비소리가 소나기처럼 마을을 적시는

가시(加時)* 박기섭 그냥저냥 몇 년 세월 덤으로나 준 것 말고내 열 살 적 눈 맞춰둔 소꿉 색시 데려다가한라산 중산간쯤에 돌솥 하나 건다면? 하 기다린 죗값으로 가시 울을 친다 해도겹겹 잣담 밖에 불잉걸을 둔다 해도다 저녁 돌아온 봄빛에 겨운 몸을 맡길 뿐 내 안의 먹뻐꾸기 물고 갔다 물고 온 것,드러난 실밥이면 드러난 채 그냥 두고그 남루 그 적막 받아 가시(加時)에나 가서 살리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

유자꽃 피는 마을 김광협 내 소년의 마을엔유자꽃이 하이얗게 피더이다.유자꽃 꽃잎 사이로파아란 바다가 촐랑이고,바다 위론 똑딱선이 미끄러지더이다.툇마루 위에 유자꽃 꽃잎인 듯백발을 인 조모님은 조을고내 소년도 오롯 잠이 들면,보오보오 연락선의 노래조차도갈매기들의 나래에 묻어이 마을에 오더이다.보오보오 연락선이 한소절 울 때마다떨어지는 유자꽃유자꽃 꽃잎이 울고만 싶더이다.유자꽃 꽃잎이 섧기만 하더이다. ※ 「유자꽃 피는 마을」= 내가 낳아서 幼年과 少年 시절을 보낸 西歸浦 好近里 마을. 西歸浦에서 4㎞쯤 西北 漢拏山 쪽으로 올라가 있는

바람 정완영 서귀포 귤밭에서술래 잡던 밝은 바람 모슬포 돌아온 길엔장다리꽃 흩어놓고 임 오실바다를 향해시시득여 갑니다 ---------------------------------------------------------------- 바람은 서귀포 어느 집 귤 향기 실어 모슬포 장다리꽃까지 멀리도 갔다. 시시득여라는 뜻이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시시득여는 임 오실 바다를 향해 서귀포 귤 향도 들렁 가고 모슬포 장다리꽃도 들렁 가면서 마음껏 안아 주고픈 바람인 듯하다. 당신은 어떤 시시득여를 가지고 있는가?

용머리 해안 이두의 왕이 나올 형세임을 알아차린 순간부터두려움 어쩌지 못해 호종단을 두었던가끝없는 검은 장문에 신상 털기 서슴없다 의혹은 꼬리를 물고 잔등엔 칼을 맞고감추어도 드러나는 뿔은 자꾸 부딪히고서녘 빛 피울음으로 쏟아지는 절경이다 파도가 할퀼수록 돌올해져 오는 지금결곡하게 드러나는 위엄 서린 용안이다바다를 일으키는 힘, 감히 누가 대적할까 ...................................................................................................... 한

서귀포, 추억의 바다 김지연 누구에게나살아가는 수심이 있지떠도는 것들에게도 깊이는 있다고해조류에 들러붙은 생각이 상투적으로 익어간다살아온 세월을 인정 못하는 풍랑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지느러미계절 흩날릴 때마다 떠밀려 넘던 문장들이낯익은 포말 뒤집어쓴 채 가라앉고 있다그 한 끝 틀어쥐고서 해심을 뒤집는추억은 뽀얀 잇몸 드러낸다 아련한 수평선뿌리 치며 날아오르는 햇빛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는서귀포 새연교 돛대 모양의 계단에 앉아 발 아래 찰박찰박 거리는 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누구에게나 살아가는 수심이 있지”나

서귀포 서정 강문신우연처럼 날아온 새 홀연히 날아간 새방파제 난만히 쌓인 시간들을 추스르며섬 하나 회억의 층계를 더디 밟고 출렁인다 서귀포항 그맘때쯤 소슬히 별무리 지면가슴 젖은 생각들이 물오리로 떠올라서오는 양 가는 양 없이 떠난 얼굴 또 띄우고 눈 감으면 밀려오는 애증의 잔물결을배수의 진중에 부동자세로 불러 세워허술한 날들의 행적을 준열히 캐묻는 바람 한 인연 휩싸인 파도 끝내 포말로 질 때함박눈 사위지 못해 빈 하늘만 사무치던서귀포 역류로 이는 아, 내 젊은 서귀포여 서귀포 끝자락 어디쯤 농원을 일구고 그 농원 한 켠 철쭉꽃

마라도 노을 고정국 오늘 이 해역을 누가 혼자 떠나는갑다연일 흉어에 지친 마지막 투망을 남겨둔 채섬보다 더 늙은 어부질긴 심줄이 풀렸는갑다 이윽고 섬을 가뒀던 수평선 태반 열어 놓고남단의 어족을 다스린 지느러미를 순순히 펴며바다는 한 쪽 폐선을하늘 길로 띄우나니 우리가 잔술을 내리고 노을 앞에 입을 다물 때수장(水葬)을 치러낸 바다가 무릎에 와 흐느끼고까맣게 타버린 섬이다시 촛대를 일으킨다 ----------------------------------------------- ‘살려는 자 죽을 것이요, 죽으려는 자 살 것’이라는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