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서정
강문신
우연처럼 날아온 새 홀연히 날아간 새
방파제 난만히 쌓인 시간들을 추스르며
섬 하나 회억의 층계를 더디 밟고 출렁인다
서귀포항 그맘때쯤 소슬히 별무리 지면
가슴 젖은 생각들이 물오리로 떠올라서
오는 양 가는 양 없이 떠난 얼굴 또 띄우고
눈 감으면 밀려오는 애증의 잔물결을
배수의 진중에 부동자세로 불러 세워
허술한 날들의 행적을 준열히 캐묻는 바람
한 인연 휩싸인 파도 끝내 포말로 질 때
함박눈 사위지 못해 빈 하늘만 사무치던
서귀포 역류로 이는 아, 내 젊은 서귀포여
서귀포 끝자락 어디쯤 농원을 일구고 그 농원 한 켠 철쭉꽃 활활 타오를 때면 서귀포의 시심詩心을 초대하는 일을 낙으로 삼는 시인.
그 젊은 날 역류로 일던 서귀포는 오늘도 여전히 자구리 해안에 포말로 부서지고 있으리
어느 날 우연히 날아왔다 홀연히 가버린, 하여 빈 하늘만 사무치던 우리들 젊은 날의 서귀포가 아직도 거기 푸르게 서 있다.
조영자(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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