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노을
고정국
오늘 이 해역을 누가 혼자 떠나는갑다
연일 흉어에 지친 마지막 투망을 남겨둔 채
섬보다 더 늙은 어부
질긴 심줄이 풀렸는갑다
이윽고 섬을 가뒀던 수평선 태반 열어 놓고
남단의 어족을 다스린 지느러미를 순순히 펴며
바다는 한 쪽 폐선을
하늘 길로 띄우나니
우리가 잔술을 내리고 노을 앞에 입을 다물 때
수장(水葬)을 치러낸 바다가 무릎에 와 흐느끼고
까맣게 타버린 섬이
다시 촛대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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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는 자 죽을 것이요, 죽으려는 자 살 것’이라는 말이 있다. 연일 흉어에 지친 바다가 그 마지막을 앞두고는… 매일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새로울 게 없는 게 이 생 일터, 그러니 그 누구를 막론하고 함부로 말하지 말지어다.
자처한 하늘 길, 그나마 남은 저 잔술만이라도 보듬어 안고 싶다면. (시조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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