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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ᄃᆞᆯᄏᆞᆷ 쌉쌀’ 서귀포시조시인협회와 함께하는 내 마음의 詩-6】고정국 ‘마라도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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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ᄃᆞᆯᄏᆞᆷ 쌉쌀’ 서귀포시조시인협회와 함께하는 내 마음의 詩-6】고정국 ‘마라도 노을’
  • 승인 2024.07.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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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도. 사진=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 마라도. 사진=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마라도 노을

  고정국

 

오늘 이 해역을 누가 혼자 떠나는갑다

연일 흉어에 지친 마지막 투망을 남겨둔 채

섬보다 더 늙은 어부

질긴 심줄이 풀렸는갑다

 

이윽고 섬을 가뒀던 수평선 태반 열어 놓고

남단의 어족을 다스린 지느러미를 순순히 펴며

바다는 한 쪽 폐선을

하늘 길로 띄우나니

 

우리가 잔술을 내리고 노을 앞에 입을 다물 때

수장(水葬)을 치러낸 바다가 무릎에 와 흐느끼고

까맣게 타버린 섬이

다시 촛대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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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려는 자 죽을 것이요, 죽으려는 자 살 것’이라는 말이 있다. 연일 흉어에 지친 바다가 그 마지막을 앞두고는… 매일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새로울 게 없는 게 이 생 일터, 그러니 그 누구를 막론하고 함부로 말하지 말지어다.

 자처한 하늘 길, 그나마 남은 저 잔술만이라도 보듬어 안고 싶다면. (시조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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